지난해 12월 29일 횡령 및 배임 혐의 재판을 앞두고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사진)이 ‘도주 1년’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곤 전 회장의 지난 1년을 조명한 기사에서 “그가 레바논 한 대학에서 기업가 육성계획 등을 강연하며 편히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의 수업은 미화 1만5000~2만 달러(약 1600만~2200만 원)의 비싼 수업료를 내야 청강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몰려 인기를 끌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올해 9월 강연에서 ‘레바논 안에서 1등을 추구하지 말고 최소 중동에서의 1등을 추구하라’는 취지로 학생들을 독려했다.
프랑스 영화제작사도 10월 곤 전 회장에 대한 다큐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작사는 이미 레바논에서 곤 전 회장 부부의 협조를 얻어 촬영을 시작했다. 올해 8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형폭발이 일어나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있지만 곤 전 회장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도망간 경영자로부터 자성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레바논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레바논 등 각국에 곤 체포를 요청했다. 프랑스 역시 그의 탈세 혐의를 잡고 프랑스 내 자산을 압류했다. 다만 그가 레바논 수뇌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현실적으로 레바논 밖으로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