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의 의지는 시종 확고했습니다. 지난해 9월 존슨 총리의 동생이자 기업부 부장관인 조 존슨이 브렉시트에 반대하면서 사퇴 의사를 표명하자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서 죽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내 일부 반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의 반대에도 줄곧 결연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영국과 EU 사이에 지루하게 이어져 온 브렉시트 협상이 마감 시한을 불과 일주일 남긴 24일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4년 반 만의 일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영국 가정과 기업에 환상적인 뉴스”라며 “우리는 EU와 무관세 및 무쿼터에 기반을 둔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시작됐다면 2021년부터 영국과 EU 사이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적용됐을 겁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영국은 EU와 결별하게 되지만 그 전과 마찬가지로 무역 혜택을 누리게 됐습니다.
이번 브렉시트 협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영국 정부의 평가와 달리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미국 뉴스매체 CNN은 “이번 브렉시트 협상 타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싸우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도 “일자리 위기가 닥치면 영국은 더 가난해지고, 30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영국이 겪게 될 무역 장벽에도 주목했습니다. EU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제한되면서 영국 기업이 통관 지연, 공급망 축소, 원가 상승과 같은 직접적인 타격을 볼 것이란 우려입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가 줄어들면서 제조원가 상승이나 해외투자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과거 대영제국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영국은 자존감이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발행권을 유지하기 위해 EU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번 협상 타결 이후 영국과 EU의 새로운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것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