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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5600만명분 확보했다지만… 코백스 내부서도 “실패 위험”

입력 | 2020-12-30 03:00:00

[코로나19]정부 “모더나 2000만명분 도입 합의”




모더나 CEO와 27분 ‘백신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오른쪽 화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방셀 CEO는 2000만 명 분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제공

29일 정부가 미국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산술적으로 한국이 확보한 백신은 일단 5600만 명분이다. 제품이 다양해지고 물량이 늘면서 그만큼 꼼꼼한 접종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각 시기별 구체적인 도입 물량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일부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일부는 도입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 4차 유행 전 대량 접종 가능할까

이날 정부가 확보했다고 밝힌 백신 물량은 전체 인구(5183만 명)보다 많다. 아직 임상시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18세 미만과 임신부를 제외한 접종대상 인구(4410만 명) 기준으로는 12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의료계는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 인구의 60%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백신 도입이 시작되는 분기만 정해졌을 뿐, 분기별로 정확히 몇 도스의 백신이 어느 시점에 공급되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예컨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내년 2월에는 전체 계약물량의 10분의 1 이하만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9월이 돼서야 전체 물량(1000만 명분)이 들어오는 걸로 돼 있다. 7개월 동안 물량이 어떻게 분산돼 도입되는지 확실한 로드맵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다른 백신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선 물량 대부분이 내년 하반기에 몰려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아직 모더나와 정식 구매계약을 체결한 건 아니다. 문제는 백신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기 전 4차 대유행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내년 봄 4차 유행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백신 도입이 하반기에 몰리면 사회적 거리 두기만으로 버텨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기대 모은 코백스는 실현 가능성 의문

국제 백신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백신 확보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백스를 통해 인구의 약 10%인 570만 명분의 백신 계약을 체결했지만 언제쯤 접종이 이뤄질지, 어떤 종류의 백신을 공급받을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앞서 로이터는 16일 코백스가 계약한 제약사의 백신들이 아직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백스는 여러 제약사들과 총 20억 회 접종 분량의 백신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코백스 내부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코백스 내부 문건은 “실패할 위험이 매우 높으며 2024년까지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코백스는 한국이 가장 먼저 도입 협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1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1000만 명분의 백신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9월 23일 브리핑에서 김강립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백스 참여는) 오히려 국제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믿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임상시험 불확실·국가별 ‘백신전쟁’ 변수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일부 백신은 아직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 참가자 중 55세 이상 고령자가 빠져 있는 등 신뢰성 문제가 제기돼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본사를 둔 영국에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FDA 등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규제당국이 독자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FDA 등의 판단 근거를 중요하게 참고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9일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영국 등 외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승인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승인 과정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 유럽, 일본이 경쟁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 접종 간격 길어지면 집단면역에 부정적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은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에 걸쳐 국내에 도입된다. 이렇게 되면 접종 간격이 길어져 집단면역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예컨대 내년 12월에 접종을 시작할 때 2월에 접종을 받은 사람의 항체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통상 감염병 예방백신은 본격적인 유행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접종을 마친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9월부터 접종을 시작해 독감 유행시기인 11월 전 완료를 목표로 한다. 두 달 안에 접종을 끝내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을 맞는 시차가 너무 벌어지면 집단면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며 “독감 예방주사처럼 한꺼번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somin@donga.com·이지운·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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