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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괴물은 ‘욕망덩어리’ 우리들의 또다른 모습”

입력 | 2020-12-30 03:00:00

‘스위트홈’ 김칸비 스토리작가
‘돼지우리’ ‘후레자식’ 등으로 고정 팬 층 보유한 인기 작가
“원작과 드라마 결말 전혀 달라… 스릴러 작가지만 공포물 싫어해
특히 동양 귀신 너무 무서워요”




원작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왼쪽 사진)과 드라마에서 표현된 장님 괴물이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괴물에게는 ‘연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네이버웹툰 제공·넷플릭스 캡처

황영찬 작가가 그린 김칸비 작가의 얼굴.

머릿속으로 그린 끔찍한 이야기가 더 끔찍한 영상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처 장르물(괴물이 등장하는 작품) ‘스위트홈’의 원작 웹툰 스토리작가 김칸비(본명 김민태·38)는 “괴물들이 영상으로 잘 구현될지 걱정됐다. 마침내 탄생한 드라마 속 괴물들은 제 기준에서 황송할 정도로 생생하고 훌륭하다”며 기뻐했다.

김 작가가 구상한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의 서사는 빼어난 특수효과에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더해져 국산 크리처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원래 오피스텔 내 ‘식인(食人) 파티’를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했지만, 소재의 연령상 제한 때문에 설정을 바꿔야 했다”며 “바이러스와 인류 멸망이라는 클리셰(예술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에 충실하면서도 군데군데 이를 깨는 재미 요소를 배치했다”는 창작 배경을 밝혔다. 이어 “원작과 드라마의 결말이 전혀 다른 점도 또 다른 흥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현재 웹툰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정 팬 층을 보유한 인기 작가 중 하나다. 최근까지 네이버웹툰 ‘돼지우리’와 ‘스위트홈’을 동시 집필했으며, 이전에 집필한 ‘후레자식’ ‘언노운 코드’ ‘멜로 홀릭’ 등도 영화, 게임, 드라마 등으로 제작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스위트홈’은 최근 ‘2020 오늘의 우리만화’로 꼽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도 수상한 작품. 어딘가 괴기스러운 ‘김칸비표’ 세계관은 독자를 빨아들이는 묘한 마력이 있다.

한국에서 그간 크리처 장르는 철저히 비주류로 인식돼 왔다. 이 장르가 웹툰을 넘어 드라마로 제작된 건 처음이다. 김 작가는 이에 “운 좋게 얻어 걸렸다. 저는 뭔가 트렌디한 작품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 제작자와의 회의에서도 그가 뱉은 첫마디는 “이걸 왜?”였다.

“아포칼립스(인류 멸망) 소재 웹툰은 이미 많았거든요. 다만 괴물이 냉철하고 차갑게 파괴하기만 하는 모습들이 아쉬웠어요. 인간 욕망이 투영된 괴물들을 통해 어딘가 뜨거운 괴물과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김 작가는 드라마 출연 배우들로 인한 행운도 있다고 했다. “촬영 시작 때는 신인이던 배우들이 지금은 스타가 됐죠. 그동안 ‘삽질’ 많이 했으니 신이 ‘고생했다’며 제게 주는 동정의 선물이랄까요.”

배우 이진욱은 극 중 청부살인업자인 ‘편상욱’ 역할을 연기한다. 그는 괴물에게 맞설 초인적 힘을 가진 캐릭터다. 넷플릭스 제공

한때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그는 현재 전업 스토리 작가로 활동한다. 3, 4일 안에 큰 얼개를 짜고 그림 작가와 디테일을 채운다. 그는 “황영찬 작가의 친근한 그림체가 ‘스위트홈’ 인기에 한몫했다”고 했다.

그는 ‘스위트홈’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주인공 라이벌인 ‘이은혁’과 괴물에게 유일하게 맞서는 일반인 ‘편상욱’ 등을 꼽았다. “괴물들은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스릴러 작가지만 전 공포물을 싫어하고 겁도 많아요. 특히 동양 귀신은 너무 무서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