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텃밭 채소와 간장, 기름으로 맛을 낸 간장기름국수.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저자
그 흔한 마요네즈를 만들어 보면 몇 가지 놀라움을 경험한다. 일단 시중 마요네즈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있어 깜짝 놀란다.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재료가 일반 가정 주방에 흔한 것들이라 신기하기도 하다. 계란 노른자에 식초, 오일을 요령껏 섞으면 마요네즈가 완성된다. 식초와 오일은 다름 아닌 물과 기름이다. 물과 기름 같은 연인이나 동료의 관계는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만, 이런 관계가 화해의 시간을 갖고 나면 단순 결합을 넘어 폭발적인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식초와 오일을 묶어주는 유화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계란 노른자다.
얼마 전 두 외식 전문가의 아름다운 콜라보를 서울 발산역 인근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살아온 방식과 지역도 다르고, 그동안 다룬 식재료에도 연관이 없었다. 굳이 공통점을 찾으면 각자의 식재료를 몇십 년 동안 지독히 파고들었다는 점일까.
더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 이후였다. 간장기름국수 이외에 제주산 돼지 연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주 통삼겹을 1차로 구워 숯 향이 배도록 하고, 찬물에 담갔다 꺼내 육즙을 보호하며 24시간 이상 숙성을 한 후 고객의 테이블에서 최종적으로 굽는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고기가 마르지 않고 촉촉하며 쫀득하다. 이름하여 조선시대 선비들이 눈 오는 날 쇠고기를 찾아 즐겼다는 풍속인 ‘설하멱적(雪下覓炙)’에서 따온 ‘설하멱돈(雪下覓豚)’이라는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를 탄생시켰다.
다른 지역과 분야의 두 사람은 마요네즈의 식초와 오일처럼 공통분모가 없었다. 간장기름국수가 매개되고 장인의 집요함이 유화제가 되어 이들은 수제 마요네즈처럼 누구에게나 편하면서도 남다른 미각 체험을 전하고 있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저자 yuna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