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명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30일 지명 발표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상황에서 후보자로 지명돼 어깨가 참 무겁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으로 3선의 친문(친문재인) 의원을 발탁한 것은 그간 국민적 피로감이 컸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을 해소하고 공수처 출범 과정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검찰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 靑 “검찰·법무 개혁을 완결할 것”
충북 영동 출신의 박 후보자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법 판사로 일하던 2002년 법복을 벗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당시 노 대통령이 후보 단일화 압박 등으로 힘겨운 상황이었는데, 현직 판사가 직을 버리고 캠프로 합류해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뒤에는 대통령민정2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하며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문 대통령이 2016년 총선 지원 유세에서 박 후보자에게 “아주 든든한 저의 동지로 우리 당내 최고의 법률통”이라고 치켜세운 이유다.
박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는 ‘추윤 갈등’으로 확산된 검찰 저항에 대한 진압과 동시에 조직 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파열음을 낳았던 추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검찰 압박 대신 혼란을 최소화하며 법무·검찰의 조직 안정에 좀더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박 후보자가 내년 1월 중순경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다시 충돌할 수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및 검찰총장의 검사 지휘감독권 회수 등 ‘검찰개혁 시즌2’ 역시 박 후보자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박 후보자는 과거에는 윤 총장을 높게 평가했지만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국회에서도 윤 총장과 여러 번 충돌했다. 올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는 윤 총장이 “과거에는 제게 안 그러셨지 않느냐”라고 하자 “사람이 달라졌으니 평가가 바뀌는 것”이라고 맞서며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몰아세웠다.
● 반발하는 野, 갈등 해소 기대하는 檢
국민의힘 등 야당은 “‘석열이 형’이라다가 ‘선택적 정의’라며 몰아세운 박 의원이 법무장관에 지명됐다”며 반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선택적 정의, 편 가르기로 재단해온 인사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법부’ 장관을 다시 임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쪼개놓고 국론을 분열시킨 조국, 추미애로도 모자라는가”라고 혹평했다. 검찰에서는 박 후보자 지명을 기점으로 역대 최악의 수준을 맞은 법무 검찰 관계가 회복되고 ‘합리적인 검찰 개혁’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기류가 강하다. 한 검사는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지나면서 검찰도 지칠 대로 지쳐 있다”라면서 “아직 검사들 사이에 박 후보자에 대한 강한 반대 정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박 후보자가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구속 기소된 상황인 만큼 검찰에서는 “검찰이 공소를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다.
박범계 후보자 프로필
△충북 영동(57) △대입검정고시△연세대 법학과 △사법시험 33회 △사법연수원 23기 △서울·전주·대전지법 판사 △대통령비서실 민정2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 △19·20·21대 국회의원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