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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정치 중립성 의문에…“공수처 출범 후 서서히 불식될 것”

입력 | 2020-12-30 21:09:00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대한 여러 분들의 기대, 그리고 걱정 잘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검증인 인사청문회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은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30일 오후 3시 20분경 9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문을 내놨다. 공수처 출범을 놓고 여야간 시각이 첨예하게 크게 엇갈린다는 것을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공수처의 방향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20분경 퇴근길에 김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은) 공수처가 출범하고 차차 진행되어가면서 아마 서서히 불식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켜봐주는 국민들이 많다”고 답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 ‘검찰 견제기관’ 공수처장에 검사 출신 배제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 후보군에 오른 판사와 검사 출신 중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과 그간 유지해온 비(非)검찰, 법원 출신 중용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하고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검찰 출신을 배제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이라고까지 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결국 등을 돌리면서 검찰 출신들은 조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한 평가 등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5일 국무회의 발언을 인용하며 공수처장의 중립성과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수처 출범 의의를 권력형 비리의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그 다음에 권력 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드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헌법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 ‘1호 특검 수사관’, 법무부 인권국장 지원 이력
보성고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1995년 판사로 임관해 서울북부지원(현 서울북부지법)과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했다. 1998년부터 12년 동안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1999년 국내 1호 특별검사인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파견됐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 후보자는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의 비서실장과 선임 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 등을 지냈다. 영어를 동시통역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해 황희석 변호사와의 경쟁에서 밀린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 내부에서 김 후보자는 정치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고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호오나 편향성을 드러낸 적도 없다”며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강한 편이다”고 말했다. 헌재 고위 관계자는 “은둔형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성품”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와 가까운 법원 관계자는 “정권에 유리하게 수사를 하거나 뭉개는 식으로 공수처장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막상 공수처가 출범하면 특정 정치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수처에 대한 중립성은 김 후보자가 어떤 사건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의 첫 칼날이 윤 총장을 향하거나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사건 등을 이첩해 무마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공수처 1호 수사로 생각해둔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