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앞둔 금세기 두 번째 10년
내일 위한 최고의 준비는 오늘
대립과 반목 획일적 규제 넘어
활기 잃은 고등교육 대전환 기대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해가 바뀔 무렵이면 빠른 세월을 누구나 느끼곤 하지만, 코로나19로 고통받은 2020년은 오히려 시간이 더욱 빠르게 지나길 모두가 바랐을 것이다. 새해에는 바이러스를 제압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소원해진 인간관계가 회복되면 좋겠다.
오늘은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마감하는 특별한 날이다. 새천년을 맞는다고 떠들썩했던 것이 꼭 20년 전이다. 지난 20년을 회고하면서, 우리가 이루어야 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면 좋겠다.
민주 국가에서 하나의 권력집단이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으로 교체되는 일은 필연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체는 화쟁(和諍)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계기다. 화쟁은 대립적인 이론들을 조화롭게 하나로 귀결시킨 화합의 진리 체계를 뜻한다. 신라 원효 대사에게서 비롯된 한국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각 권력집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이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주장하며 다투는 쟁(諍)을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과 소통해 한 차원 더 높은 화(和)를 이룰 때 정권 교체는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정권 교체는 아쉽게도 여기에 한참 못 미쳤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과오를 답습하지 않으며 더 활기찬 미래를 가꾸기 위함이다. 단절과 청산에 치중하는 것은 뺄셈 정치이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다. 새로운 20년에는 지난 정권을 포용하는 덧셈 정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무엇보다도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앉아 경험을 나누며 담소하는 그런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다짐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겠지만, 특히 활기를 잃은 고등교육 분야에는 큰 전환이 필요하다. 상호 신뢰하며 사회가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국가 발전의 기반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신뢰가 사라져 버렸다. 정치 슬로건으로 등장한 ‘반값 등록금’은 법제화되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결국은 반쪽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과 사회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학이 우선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도 대학을 격려해야 한다.
사립대들은 더욱 어렵다. 우리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교육은 국가의 책무이며, 이는 국공립대 설립의 당위성이다. 그리고 사립대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국가가 민간에 그 역할을 위탁해 설립된 것과 다름없다. 현재 우리 대학생 4명 중 3명이 다니고 있는 사립대들의 큰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