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스 클링거 ‘베토벤’, 1902년.
1857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클링거는 파리, 빈, 로마 등에서 활동하며 화가 및 판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향으로 돌아간 뒤 40세부터는 실험적인 조각에 몰두했다. 클링거가 전시에 내놓은 신작은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베토벤 전신상이었다. 넉넉한 왕좌에 나체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베토벤은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 아니 유령처럼 보였다. 베토벤 앞에 놓인 검은 독수리와 의자에 새겨진 장식은 수수께끼 같았다. 조각에 사용된 색과 재료도 낯설었다. 단일색의 청동이나 대리석 조각이 아니라 흰색, 노란색, 검은색 대리석에 상아와 청동 등 이질적인 재료들을 결합해 만들었다.
작품이 공개되자 위대한 작곡가에 대한 찬사로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평론가들은 “이건 공예품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역경을 극복한 연약한 베토벤의 진짜 모습이자 영웅의 전형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베토벤은 심각한 청각장애를 겪으며 9번 교향곡을 썼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