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모더나백신 도입 발표 팩트체크

28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모습. 오산 AP=뉴시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보도자료 내용은 원론적인 표현일 뿐 백신 공급 물량과 도입 시기는 이미 합의를 마쳤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을 명확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다.
30일 모더나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와 잠정적으로(potentially) 4000만 회분 또는 그 이상 분량의 백신 공급을 논의 중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테판 방셀 CEO는 우리나라에 2000만 명 분량인 4000만 도스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며 “모더나는 당초 내년 3분기부터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2분기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 설명은 ‘백신 공급에 합의했고 도입 시기도 확정됐다’는 것인데 모더나의 발표는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이어서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이다. 모더나가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해 준 내용은 공급 물량이나 시기가 아니라 이와 관련한 내용을 서로 얘기하고 있다는 정도다.

모더나는 그동안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나라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는 해당 국가가 백신을 ‘확보했다(secured)’, ‘공급계약을 체결했다(concluded an agreement)’ 등의 표현을 썼다. 모더나는 이달 4일 이스라엘과 백신 추가 공급계약을 발표할 때 “이스라엘 정부가 총 600만 회분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모더나가 한국에 대한 백신 공급과 관련해 확정적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정부와의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모더나는 국내 일부 제약업체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 조건을 논의 중인데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와의 백신 공급 협상을 지렛대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선 아직 정부와 공급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내 제약업체와의 위탁생산 계약 등도 논의 중인 상황에서 모더나가 공급 계약 내용을 확정적으로 발표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모더나가 백신 공급과 관련해 확정적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미국에서 보도자료에 의례적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모더나의 보도자료를 두고 “(합의)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문서) 양식에 들어가는 글자”라며 “부인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표현일 뿐 백신 공급 물량과 도입 시기는 이미 합의를 마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가 계약한 백신이 안전한지, 접종 시기가 언제인지 등 구체적인 백신 수급 계획”이라며 “국민들은 이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확히 사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이 보도자료는 ‘약속도 보장도 아니므로(neither promises nor guarantees)’ 내용을 과신하지 말라”는 모더나 측 설명을 언급하면서 정부 발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임보미 bom@donga.com·박효목·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