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골든타임 놓친 동부구치소와 대량 감염 막은 광주교도소 수용자 규모와 밀집도 비슷하지만 ‘광주’, 두달간 확진자 25명 선방 800명 육박하는 ‘동부’와 큰 차이 감염 위험도 따라 수용자 나누고 광주시와 신속한 협력도 한 몫
동부구치소 수용자 추가 이송 30일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792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호송차량이 이날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되는 구치소 수용자들을 태우고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92명으로 늘어난 서울동부구치소의 초동대응 부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25명 확진에 그친 광주교도소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 후 신속한 전수 검사, 체계적인 수용자 분리, 방역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등 여러 면에서 두 곳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울동부구치소가 방역 골든타임을 수차례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바로 전수 검사한 ‘광주’ vs 3주 지체한 ‘서울’
서울동부구치소는 수용자와 직원을 합해 2800여 명, 광주교도소는 2500여 명으로 규모가 비슷하다. 수용정원 대비 수용자의 비율인 수용률 역시 각각 116%, 120%(12월 초 기준)다. 서울동부구치소는 5개동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데 비해 광주교도소는 건물마다 분리되어 있어 감염 확산 위험은 서울동부구치소가 더 크다. 서울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방역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수용자와 직원 대상 전수 검사에 나선 속도가 크게 차이 난다. 확진자는 광주교도소에서 먼저 발생했다. 지난달 9일 교도관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둘 다 재소자 접촉 업무를 하지 않았지만 당일 교도소 직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했고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얼마 뒤인 같은 달 21일 직원 1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번에는 재소자와 접촉이 잦은 직원이었다. 광주교도소는 이날 바로 재소자와 직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재소자 8명이 확진됐다. 전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즉시 전수 검사를 한 것이다.
반면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수용자 접촉이 잦은 한 직원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3주나 지난 이달 18일에야 수용자와 직원 전수 검사에 나섰다.
이에 비해 서울동부구치소는 첫 확진자 발생 후 전수 검사를 할 때까지 3주 동안 분리 수용 대상을 선별하지 못했다. 이 기간에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한 공간에서 머물거나 식사 또는 운동시간에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이뤄진 18일 1차 전수 검사에서 185명이 무더기로 확진되자 동부구치소가 우왕좌왕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1차 전수 검사 이후 밀접 접촉자들이 자가격리 14일을 마치기도 전에 비접촉자들이 있는 방으로 합쳐졌다” “수용인원이 8명인 방에 밀접 접촉자들이 섞여 10명씩 지냈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전수 검사 후 밀접 접촉자들을 분산 배치하는 과정에서 4시간 동안 강당에 모여 있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 함께 접촉자 찾으며 협력 vs 책임 떠넘기며 불화
지자체 등 방역당국과의 협업도 성패를 가른 요인이다. 광주교도소는 광주시의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송혜자 광주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시와 보건소에서 나온 역학조사팀이 하루 종일 화면이 흐릿한 폐쇄회로(CC)TV를 구석구석 뒤지며 교도소 직원들과 함께 밀접 접촉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팀은 교도관들에게 방호복 분리수거, 플라스틱 식기 사용 등 세세한 방역 요령을 알려줬다. 교도소 직원들은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호응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법무부가 전수 검사가 늦어진 책임을 서울시에 떠넘기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