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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꽃가마 못태워” 몸푸는 오세훈-나경원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여의도]

입력 | 2020-12-31 12:28:0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 19 방역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보복은 절대 없을 것이다.”

지난 28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지난 9년 시정에 대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무의미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서울시가 미래로 가기 위한 축적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서울시의 미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안팎에선 안 대표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며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띄우더니 이번에는 ‘정치보복은 없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얽히고설킨 나경원·안철수·오세훈
안 대표가 적극 행보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은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택에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와 비슷한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인사를 내지 않을 경우 보수 야권 후보 단일과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게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흥행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도 등판해 경선판 자체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2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이번 보궐선거의 주도권을 야권이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나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원내대표로 제1야당을 지휘했고, 오 전 시장은 두 차례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이처럼 당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매개로 얽히고설킨 인연도 갖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도입 찬반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장 직을 던진 ‘원죄’를 갖고 있다. 당시 자진사퇴를 하면서 박 전 시장이 출마할 수 있는 보궐선거의 원인을 만든 것이다.

또한 안철수 대표도 당시 지지율이 낮았던 박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박 전 시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왔다. 아울러 나경원 전 의원은 2011년 10월 한나라당 후보로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박 전 시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나경원·오세훈, 결국 출마할 듯”
국민의힘 안팎에선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서울시장 후보에게 관심이 모아질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못 받는 대선 주자보다는 주목을 끄는 서울시장 주자가 나을 수 있다”며 “지금 두 사람이 유력한 대선 주자급으로 부상하지는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선거로 체급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도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동아일보와 마지막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일각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오는 것이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가 보수 야권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야권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경우 오히려 대선 주자로서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단일화 과정에서 최종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보수야권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지가 쌓이게 된다”며 “대선 준비를 위해서라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생각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타격은 있겠지만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전망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