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는 '인간적 신뢰관계'로 신임 두터워

‘왕수석’이란 말은 정권마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정권 실세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붙었고,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며 DJ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왕수석으로 불렸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YS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이원종 정무수석이 왕수석 역할을 했다.
신 수석이 문 대통령과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노무현 정부 초기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그 밑에서 사정비서관으로 일하면서부터다. 당시 신 비서관은 맡은 업무를 원칙대로 처리했고, 이런 그의 인간됨에 깊은 인상을 받은 문 민정수석은 그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신현수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맨 오른쪽). 동아일보 DB.
신 수석은 원래 검사였다. 1984년 사법시험 26회에 합격해 1990년 검사로 임관한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대검 마약과장으로 재직하는 등 실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았다. 신 수석은 검사로 일할 때 어떤 사건이든 성실하게 들여다보고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한 자세를 높이 평가받았다. 사건 당사자의 억울함이 없는지, 법적인 오류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고, 검찰 조직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 수석은 1958년 서울 출생이다. 피아노 사교육이 가능했던 서울 교육 여건의 수혜를 입은 것인지 신 수석은 검사 시절 저녁회식 자리에서 즉흥 피아노 연주를 곧잘 들려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일화가 유명하다. 법을 집행하는 차가운 이미지의 검사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을 아는 풍류가이기도 했던 셈이다.
대통령의 신임 만큼이나 신 수석 앞에 놓인 난관 또한 적지 않다. 여권이 중단 없는 추진 의지를 밝힌 검찰개혁을 친정인 검찰을 상대로 완결지어야 하는 데다 원전 수사 등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를 향해 벌이고 있는 정권 관련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잔뼈가 굵어 검찰조직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을 신 수석이 사법시험 7기수 아래인 윤 총장과 새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등를 두고 어떤 대결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