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티웨이항공 객실승무팀장 동료 승무원들에게 ‘희망의 송년메일’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 760명은 지난해 12월 31일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이승현 티웨이항공 객실승무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승무원에게 보낸 편지다.
A4용지 6장 분량 편지에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겪은 어려움이 생생히 담겼다. “한 승무원이 제게 와 본인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라 유급 휴직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사정을 말하면서 강물처럼 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령껏 알아서 4대 보험 안 되는 곳을 잡아 투잡을 뛰라 할 수도 없고, (규정대로) 아르바이트를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이런 기억들이 제 마음에 자잘한 생채기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권모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몰래 시작했다가 쇄골이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권 씨는 “그래도 그나마 언젠가 돌아갈 회사가 있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직원 부부인 김모 씨는 “아파트 대출과 아이들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둘 다 급여가 대폭 줄어서 큰일”이라며 “한 명은 아예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의 한 줄기 빛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소식이다. 이 팀장은 “설문조사를 하니 백신이 개발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완전 종식까지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거라는 소망을 품어 본다”고 적었다.
“공항에 개미새끼도 안 보였고, 항공업계 암울한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내가 왜 승무원을 선택했을까?’ 후회와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올 한 해 기적처럼 버티며 지내온 날들이 여러분의 앞날에 굳건한 디딤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