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빗자루 손에 잡아보는 거 얼마만이냐/여기 땅집으로 이사와 마당을 쓸고 또 쓸고 한다/얼마만이냐/땅에 숨은 분홍 쓸어보는 거 얼마만이냐/마당에 물 한 대야 확 뿌려보는 거 얼마만이냐/땅 놀래켜보는 거 얼마만이냐/어제 쓸은 마당, 오늘 또 쓸고 한다/새벽같이 나와 쓸 거 없는데 쓸고 또 쓸고 한다/마당 쓸고 나서/빗자루를 담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놓는다/빗자루야 그래라 네가 오늘부터 우리집 도깨비하여라.
묵은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새해가 오는 줄도 모르고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정해 놓은 약속일 뿐이라고 해도, 약속의 의미가 참 약해졌다고 해도 달력의 1월 1일은 중요한 날이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은 좀 어색했다. 새해 인사를 벅차게 하기도, 기쁘게 받기도 껄끄럽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 이런 걱정보다는 새로운 다짐, 포부 같은 것이 어울리는 것이 원래 새해 아니던가. 익숙하던 의미가 흔들리면 사람은 당황하고 불안해진다.
감기가 오려고 할 때 생강차를 마시는 것처럼, 발밑이 흔들릴 땐 단단한 시를 읽으면 좋다. 몸에 한기가 들 때 미리 내복을 찾아 입는 것처럼, 마음이 불안할 땐 따뜻한 시를 두르면 좋다. 새해라는 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새해에 읽고 싶은 착한 시, 건강한 시. 신현정 시인의 ‘담에 빗자루 기대며’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