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홈’ 얻은 ‘스윙머신’ 도쿄올림픽 선발 유력해 기대 日서 2년 뛰어 적응 문제없어… 티샷 중요한 코스 특성도 맞아 한미일 투어 이어 두바이도 출전, 위기탈출 경험이 큰 도움 될 듯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임성재가 지난해 11월 열린 메이저 대회인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임성재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오거스타=AP 뉴시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 임성재(22·대한통운)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7월 29일∼8월 1일 예정)의 출전자는 6월 21일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에서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지만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4명 이상 이름을 올렸을 때는 최대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인 18위로 새해를 출발한 임성재는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태. 하지만 그는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방심하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올림픽 골프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열린다. 1929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다소 굴곡진 코스 양쪽으로 큰 나무들이 서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티샷의 정확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대회가 열리는 시기의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러 투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얻은 뛰어난 코스 적응력도 올림픽을 향하는 임성재의 강력한 무기다. 그동안 미국, 한국, 일본 투어 대회(초청 포함)를 뛰었던 임성재는 지난해 12월에는 DP 월드투어챔피언십이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해 생애 처음으로 유러피안투어까지 참가하는 열정을 보였다. ‘골프 유목민’으로 불리기도 하는 임성재는 “전 세계 투어를 다니다 보면 나라마다 다른 코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도중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여러 투어에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침착한 위기관리 능력이 강점인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처음으로 출전해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공동 2위)을 차지했다.
1일 현재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인 남자 골프 세계랭킹 18위에 올라 있는 임성재. AP
PGA투어가 지난해 12월 30일 선정한 ‘2021년 투어챔피언십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30명’에서 임성재는 18위를 기록했다.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은 대회 직전 페덱스컵 랭킹 3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톱클래스만이 나설 수 있다. PGA투어는 “‘아이언맨(철인)’ 임성재는 이번 시즌에 이미 8개 대회를 소화했다. 혼다클래식(3월) 타이틀 방어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휴식기에도 임성재는 매일 5시간씩 훈련을 하며 샷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난해 막판 흔들렸던 퍼팅을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임성재는 그동안 투어 생활을 하며 자신이 얻은 별명 중 ‘스윙 머신’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기계같이 흔들림 없는 스윙을 하자는 내 목표와 딱 맞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4월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연기돼 11월에 개최됐다. 임성재로서는 5개월 만에 준우승의 한을 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총 84명의 출전자에게 올해 마스터스 초청장이 발송된 가운데 한국 선수 중에는 임성재가 유일하게 참가한다. 임성재는 “지난해 마스터스 준우승 등 좋은 기록을 작성하면서 이제는 골프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 올해도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두 번째 PGA투어 우승도 달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7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새해 일정을 시작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