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달구는 사면론]“적절한 때 MB-朴 사면 건의” 파장 이낙연 “심한 사회갈등 부른 주요 원인”… 국난극복 통합 내세워 필요성 강조 靑 “국민찬성 필요… 여론 지켜봐야” “朴 최종 판결땐 사면론 불거질것… 늦으면 의미 퇴색” 與도 힘 실어 ‘내년 대선 행보 본격화’ 관측도
신축년 새해 첫날 현충원 찾은 여야 대표 새해 첫날인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면 반대 여론을 떠안아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진보·보수 진영 양측에서 첨예한 이슈인 사면 문제를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꺼내들면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 與 “등 떠밀리듯 결정할 수는 없어”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사면 언급 이유에 대해 “심한 사회 갈등의 요인 중 하나가 전직 대통령 문제”라며 “새해에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갈등 대신 국민 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그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일하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이 대표가 비판의 화살을 맞을 걸 감수하고 사면 논의를 꺼낸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표가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국민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면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와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집권 5년 차를 맞아 정국 주도권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뒤 사면 여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등 떠밀리듯 결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당장 코로나19 극복에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몇 달이 지나 사면 결정을 내리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 2월 설 명절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4월 보궐선거, 내년 대선 내다본 포석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4월 보궐선거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정부여당 견제를 위한 야당 지지’(46.2%)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여당 지지’(31.3%)보다 높았던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사면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수야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려 사면이 단일화의 장애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지금이야 사면 제안에 대한 반발이 많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당내 여론은 한 번에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현 정권의 계승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대표가 주춤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면이 무산되거나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반대한다면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이 대표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