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 “文대통령의 짐 덜어줘야” 박근혜 14일 형 확정땐 요건 갖춰 여권 “설 전에 사면 결론 날수도” 野, 선거용 경계… 與 일부선 반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사면 문제로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핵심 인사 중 사면 필요성을 공식 제기한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새해에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그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사면에 대해 “실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만나 사전 교감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전격적인 사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2월 설 명절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상호 의원이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하는 등 여당 내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점이 변수다.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면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분열을 노린 포석일 수 있다고 경계한 것이다. 반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진영 인사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