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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극초음속 미사일, 바이든 시대 ‘입김 유지’도 노린다

입력 | 2021-01-02 14:40: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체인 아방가르드 미사일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Klemlin]

러시아 추코트카 자치구는 광활한 시베리아의 동북부에 있다. 이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가장 근접한 곳이다. 이곳에 접한 베링해를 건너면 미국 알래스카주다. 추코트카 자치구는 대부분 툰드라 지역이라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전체 인구는 4만9000여 명으로 러시아 행정구역 가운데 인구가 두 번째로 적고, 인구밀도는 가장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 지역을 전략요충지라 부른다. 북극해로 가는 입구인 데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수도 아나디리 외곽에 러시아의 주요 공군기지가 있다. 이 공군기지에서 알래스카까지 거리는 600km밖에 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들의 침공에 대비해 이 기지에 수호이(Su)-27 등 전투기를 대거 배치해왔다. 그런데 러시아는 2020년 12월 1일부터 Su-27 전투기를 미그(Mig)-31로 교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그-31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전에 탁월한 미그-31은 최고 속력이 마하 2.83, 작전 반경이 1400km에 달한다. 특히 미그-31은 공대지 능력이 전무했지만 지상 공격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전략요충지 추코트카 자치구

러시아 미그-31 전투기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탑재한 채 비행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어로 ‘단검’이라는 뜻의 킨잘은 지상과 해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속도는 마하 10, 사거리는 2000km로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 장착이 모두 가능하며,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탁월하고 기동성도 뛰어나다. 현존하는 모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다. 러시아는 2018년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3주년 기념일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공개했다. 킨잘은 전체 무게가 4t이고 탄두중량은 500kg, 길이는 7.4m로 소형 핵추진 엔진을 장착했다. 이 미사일은 미그-31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으로 목표 지점까지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배치한 의도는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및 항공자유화조약(OST)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탈퇴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은 일종의 전략 무기로 간주할 수 있어 러시아 정부로서는 앞으로 바이든 정부와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 선점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러시아는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배치함으로써 북극권 일대에서 제공권 우위를 보이는 미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세계 최강인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로 구성된 제3 전투비행단을 배치하고 있다. 또 2019년 4월부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에 배치해왔다. 2020년 말까지 F-35A 54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F-35A의 알래스카 배치는 미국 방위 및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우리의 흔들림 없는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알래스카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대거 배치하고 있는 것은 북극권 일대의 제공권을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알래스카주 출신인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앞으로 알래스카주에는 F-35A와 F-22를 합쳐 100대 넘는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입장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또 현재 개발 중인 스텔스 전투기 Su-57에 킨잘을 탑재하는 시험비행도 실시하고 있다.


극권 일대 제공권 확보 경쟁

러시아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는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인 아방가르드 미사일의 실전 배치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의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12월 아방가르드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 돔바로프스키 미사일기지에서 발사된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극동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마하 20으로 최장 60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 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으며, 각 탄두의 위력은 100∼900kt(킬로톤: TNT(trinitrotoluene) 1000t에 상당하는 폭발력)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는 아방가르드 미사일이 고도 8000~5만m 대기권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뿐 아니라 궤도도 변경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면서 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의 모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부분 통상적인 비행만 가능하지만 아방가르드 마사일은 회피 기동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현 단계에서 절대 우위의 무기”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방가르드 미사일 개발은 1957년 소련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와 유사한 기술적 돌파구”라고 자랑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우선 ICBM인 RS-18B(나토 코드명 SS-19)에 장착됐고, 이후 사르마트 ICBM이 개발되면 곧바로 탑재될 계획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019년 12월 아방가르드를 장착한 첫 미사일이 전투 임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최근 최대 속도가 마하 8 이상에 달해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의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2019년 11월 26일 바렌츠해의 아드미랄 고르시코프 호위함 수직발사기에서 지르콘 미사일이 발사돼 날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르콘 미사일이 450km 떨어진 해상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지르콘 미사일의 시험발사가 성공한 날은 푸틴 대통령의 68세 생일이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이 일을 보고 받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한 일대 사건”이라고 칭찬했다. 지르콘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지금까지 수차례 실시된 바 있다. 지르콘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000km에 달한다. 러시아는 지르콘 미사일을 항공모함 등 미 해군 함정들을 격침하기 위해 구축함 등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야센급 순항미사일 적재 공격형 핵잠수함과 차세대 핵잠수함에도 탑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Tu-160M2 전략폭격기와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에도 장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수중 드론 포세이돈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포세이돈의 사거리는 1만km이고, 해저 1000m에서 최대 100노트(시속 185km) 속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앞부분에 100Mt(메가톤)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5000배나 강력한 수준이다. 핵추진 엔진을 장착한 포세이돈은 깊은 바닷속을 일반 잠수함이나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추적 및 요격이 어렵다. 이 때문에 포세이돈이 실전 배치되면 미 해군 항공모함의 킬러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7월 26일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러시아 해군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과 핵추진 수중 드론으로 무장할 것”이라면서 “해군을 위한 현대식 무기체계 구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비대칭 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력이 약화하면서 국방예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최신예 무기들의 개발 비용을 보면 과거 엄청난 군비 지출을 감수하던 옛 소련 때보다 훨씬 적다. 말 그대로 적은 비용에 효율성이 높은, ‘가성비’ 좋은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9년 세계 4위인 651억 달러(약 70조7311억) 규모의 국방예산을 지출했으며 이는 러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9%에 해당한다.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재무부는 무기 구매 사업(2021∼2023)에 소요되는 정부 예산 가운데 5%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도는 미국 등 서방이 보유하지 않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과 압도적인 성능의 비대칭 무기를 가질 경우 군사력 열세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선 국제사회에서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초강대국인 미국을 위협할 만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서도 자국 안보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실전 배치한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비대칭 무기는 국제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핵무기 위주의 비대칭 무기는 자칫하면 인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2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