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1084명(수용자 1041명, 직원 22명, 가족·지인 21명)으로 집계됐다. 동부구치소가 전날 실시했던 전수 검사에서 또다시 121명이 무더기 확진됐다. 동부구치소에서 강원북부교도소로 이감된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3~5일 간격으로 5차례 이어졌던 전수 검사 때마다 120~3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초기 부실 대응으로 코로나19가 이미 구치소 곳곳에 퍼진 데다 전수 검사 이후에도 체계적인 수용자 분리와 추적 관리가 안 돼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1차 전수 검사는 첫 확진자 발생 3주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수용자와 직원 284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 187명이 확진됐다. 12월 23일 2차 전수 검사에서는 300명이 확진돼 1차 때보다 크게 늘었다. 이후 3차, 4차, 5차 검사에서 각각 260명, 140명, 121명이 확진됐다. 확진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확진율(검사 대상 중 확진자 비율)은 1차 6.6%, 2차 12.3%, 3차 15.4%, 4차 7.9%, 5차 10.8%로 큰 변화가 없다.
법무부는 확진자들을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수백 명을 강원북부교도소와 여주교도소 등으로 옮기는 등 분산 대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차 전수 검사 당시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가 2149명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확진된 수용자(1041명)의 비율은 43%에 이른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10명 중 4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에 ‘검출 한계’가 있어 바이러스가 일정 수를 넘지 않으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들이 서로 뒤섞여 생활하다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잠복기가 보통 2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5차 전수 검사에서 확진된 수용자의 상당수는 1차 검사 이후 새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의 수용자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구치소 측이 1차 검사 후에도 밀접 접촉자들을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 중에서 계속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원인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며 “초기에 증상자와 무증상자로 분리 수용하면서 걸러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와의 접촉이 확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라고 하더라도 무증상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다른 교정시설로 보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박종민 기자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