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34년 동안 영업해온 유명 중식당 ‘하림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하림각은 청와대와 거리가 가까워 정관계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며 정당 워크숍이나 간담회 등이 많이 열려 유명세를 탔다.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하림각은 지난달 말 ‘월 2억 원의 고액 임대료와 심각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1일부터 영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식당 외부에 붙였다. 하림각이 영업을 중단한 것은 1987년 개업 이후 처음이다. 다만 함께 운영 중인 예식장 ‘AW컨벤션센터’는 영업을 지속한다.
하림각은 최대 3000여 명의 손님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중식당이다. 창업자인 남상해 회장(83)의 ‘성공 스토리’가 TV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남 회장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10세에 상경해 신물팔이,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 호텔 조리부장 등을 거쳤다. 하림각은 청와대와 국회, 정부 청사 등과 가까운데다 기자회견 등을 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어 정관계 인사들이 자주 이용했다.
하림각 영업 중단 소식에 대한 많은 시민들이 “어렸을 때 종종 외식하던 곳인데, 추억이 깃든 곳이 문을 닫는다니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림각조차 어려운데 일반 자영업자는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직원 인건비 등 고정 운영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외식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하림각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남 회장과 남 회장 가족 소유로 돼 있다. 이 때문에 고액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하림각 측 안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건물주가 임대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