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하동율림영농조합법인
지리산 청정 밤을 가공해 판매하는 율림영농조합법인 최경태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이 포장기 앞에서 ‘알토리 맛밤’을 들고 새해 도약을 다짐했다. 최 대표는 사진을 찍을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율림 제공
“지리산 청정 알밤을 가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 흥룡리 알밤 가공공장에서 만난 최경태 하동율림영농조합법인 대표(40)는 ‘밤의 세계화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율림(栗林)은 말 그대로 밤 숲. 하동은 충북 충주와 함께 대표적 밤 주산지다. 2200ha에서 연간 3300t이 나온다.
율림은 2005년 출범 이후 15년 만에 건실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밤 유통 1세대는 최 대표 아버지 최영기 씨(76). 그가 1975년 문을 연 정호밤상회의 연륜까지 합치면 45년 전통을 헤아린다. 이 부자(父子)가 국전(國展) 초대 서예가란 점도 흥미롭다. 호남대 서예학과 출신인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밤 생산 과잉 문제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돕다 후학 양성 대신 밤 가공의 길을 걸었다. 그는 “단순 유통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게 당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최은숙 하동군 농산물유통과장은 “율림은 청정 하동 밤을 재료로 특유의 가공기술, 첨단 자동설비,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해외시장 확대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미국 초대형 유통 업체에서도 거래를 제안한 상태. 국내 유명 제빵회사에도 삶은 밤을 곧 납품한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그로위드의 주문 생산도 맡고 있다. 슬로푸드엔 무농약 친환경 깐 밤을 공급한다.
최 대표는 “껍데기 벗기기와 세척, 건조, 포장, 멸균 등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 그래서 맛과 식감은 월등하게 좋은 반면 가격은 싸다”고 말했다. 적정 마진으로도 이윤을 남기며 좋은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다른 레토르트 식품처럼 알토리 제품도 포장재에 넣어 가열하고 식힌다. 가열온도와 시간은 극비. 9∼11월 햇밤을 수매한 뒤 저온 저장하며 숙성시키는 과정, 껍데기를 벗기고 말리는 공정의 온·습도 관리도 율림만의 노하우다.
율림은 지난해 경사가 넘쳤다. 수출의 날 도지사 표창, 수출 50만 달러상,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식품안전의 날 표창,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 하동군수 감사패 수상이 이어졌다. 해썹에 이어 할랄-코셔식품 인증도 받았다. 5∼8월엔 온라인 시장에 주문이 몰려 매일 야근할 정도였다. 직원 20명은 대부분 지역 주민. 매출은 25억 원 안팎이다. 매년 30%씩 증가해 50억 원 돌파도 시간문제. 곧 당도가 높은 신제품인 ‘알토리 마롱(글라세)’을 출시한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율림 최 대표와 슬로푸드 이강삼 대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오천호 대표, 복을만드는사람들 조은우 대표 등은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젊은 기업인으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기여도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율림은 기존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 공장도 짓는다. 최 대표는 “‘하루 3개만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밤을 맛나게 가공해 지역 농업인과 상생하면서 청정 지리산 밤의 세계화도 이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