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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S로 내공 다진 젊은 총수들… 한국기업 DNA가 바뀐다

입력 | 2021-01-04 03:00:00

2021 새해특집
[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1> ‘디지털 총수’ 그들은 누구?




2020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증시 시가총액 10대 기업 리스트는 1년 전인 2019년 말과 확연히 달랐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9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19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카카오(23위→10위)도 시총 10대 기업에 진입했다.

전통 제조업에서 전기차,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산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산업 지각변동과 총수 세대교체 시점이 맞물리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에서 총수의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은 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디지털 네이티브… PC 1세대, 총수 되다

세대교체로 등장한 ‘디지털 총수’ 상당수가 1960년대 후반∼1970년대생으로 1980년대 초중반 퍼스널컴퓨터(PC) 등장 이후 대학을 다닌 PC 1세대에 속한다. 기술 기반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가 시대의 변화에도 있지만 이들이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총수들은 벤처 1세대인 1968년생 이재웅 쏘카 대표 겸 다음 창업자, 방준혁 넷마블 의장, 1967년생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교류하며 기술 중심 기업의 성장 속도를 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유학과 경영 수업을 통해 글로벌 기술 혁신을 가까이 접했다. 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은 대학 시절부터 글로벌 전자산업계 경영인들을 접했고 2000년대 인터넷, 반도체 황금기에 실무를 맡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과 교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1)은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중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접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수직계열화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현대차를 실리콘밸리식 테크 기업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최근 1조 원을 들여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LG 대표(43)는 공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 글로벌 광폭 네트워크… 신사업 힘 받다

디지털 총수의 또 다른 특징은 광폭 네트워크를 통한 신사업 확장이다. 2019년 7월 한일 갈등이 산업계 불화로 옮겨붙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곧바로 일본 파트너들을 찾았다. 당시 출장에서 일본 메이저 통신사 KDDI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조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 위기일발 한일 갈등 속에서도 5G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일본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로 부상하는 재계 3, 4세대는 MBA 등 유학 경험과 경영 수업을 통해 물려받은 글로벌 파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38)은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유학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수소기업 니콜라 등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주들과 직접 교류하며 투자를 결정했다.

광폭 네트워크와 자유로운 소통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도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4대 그룹 총수들이 만나려면 비서진과 의제를 미리 조율하는 등 절차를 거쳤는데 최근에는 이런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6), 이재현 CJ그룹 회장(61) 등도 외부의 젊은 창업자 등을 직접 만나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8) 등을 만나 유통의 미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CJ가 네이버와 전면적 협력을 결정한 것도 이재현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의 직접 소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소셜 슈퍼 파워

디지털 총수는 사회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권위보다는 호감을 선호한다. 사회적 평판에 민감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3)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 짓기도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7일 정 부회장이 전남 해남을 찾아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겉절이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을 올렸다. 광고였지만 광고 같지 않은 이 영상에 “이마트 최고의 마케팅” 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태원 회장은 사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SK에 20∼30년 몸담은 직원들에게 직접 요리한 육개장을 대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대본이 있으면 티가 난다”고 말하며 직원들과 서슴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를 포함해 한국 경제의 주요 인력이 젊은층으로 바뀌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본이고,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글로벌 시민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으로 기업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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