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에 7월개최 불투명 각국 코로나 감염자 크게 늘고…변이까지 확산, 개최 비관론 고개 日국민 63% “연기-취소 희망” 9월 총리 연임 도전 앞둔 스가…“예정대로 개최” 거듭 강행 의사 취소땐 경제적 손실 50조원 추산…무관중 등 행사 축소해 치를 수도
지난해 12월 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 설치된 대형 오륜 조형물(높이 15.3m, 폭 32.6m) 모습. 관리 및 점검 차원에서 지난해 8월 철거됐다가 이번에 다시 설치됐다. 하지만 최근 도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등해 도쿄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도쿄=박형준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째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 올해도 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하고 있다. NHK가 지난해 12월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2%가 ‘올림픽 취소’, 31%는 ‘추가 연기’를 원했다. 전체의 63%가 올해 개최를 부정적으로 본 셈이다. 지난해 10월 조사 당시 ‘취소 혹은 연기해야 한다’는 답변(48%)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실제 일본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자국 대표선수 선발도 끝내지 못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올림픽이 열린다 해도 참가 인원 등이 대폭 줄어든 사실상의 반쪽 대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 확진자 급증에 긴급사태 재발령 가능성
2일 NHK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신규 확진자가 8만6777명 증가해 2일 기준 누적 확진자와 누적 사망자가 각각 24만 명, 3500명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25일 일본에서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이달 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부가 긴급사태 재발령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2일 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4개 지차체장은 방역 대책의 주무 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을 만나 “긴급사태 발령을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은 지난해 4, 5월 전국 곳곳에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당시 지자체장이 휴교, 상점 영업시간 단축, 외출 자제 등을 주민에게 요청했다. 법적 강제력이 없음에도 국민 경각심을 높여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정부는 경제 악영향 등을 이유로 재발령에 소극적이다. 니시무라 담당상은 “지자체가 먼저 외출자제 조치 등을 취해 달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긴급사태 선언 때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당시에도 긴급사태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 선수 선발, 의료진 구성 등 준비작업 난항
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 작업 또한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2일 NHK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일본 대표선수 선발이 약 2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당초 33개 종목에 출전할 선수 600명을 선발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13개 종목, 117명만 결정됐다는 것이다.
일본이 1월 말까지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에 오는 외국인 선수단에 대한 격리면제 특례조치를 없앤 것도 다른 나라의 대표선수 선발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다. 종목별 특급 스타가 무더기로 결장하거나 아예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는 국가가 나올 수 있다.
스고 다카유키(菅生貴之) 오사카체육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2일 마이니치신문에 “올림픽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여론이 선수들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선수들의 의욕이 생기지 않고 큰 타격을 입는다”며 선수단 동요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의료 인력을 구하는 작업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기간에 활동할 약 1만 명의 의료진에게 무상 자원봉사를 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의료진 위험 부담이 커지자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와 중증환자 증가로 도쿄 등 주요 대도시의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이라 이 많은 의료진을 따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을 우려한 의료진 역시 돈을 준다 해도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 관람 정책도 아직 결정 못해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관람객 입장을 얼마나 허용할지, 해외에서 오는 관람객의 격리 문제는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은 아직까지 ‘관중 있는 올림픽 개최’를 주장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관중 없는 올림픽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돈’과 직결된다. 조직위원회는 관중이 가득 찬다는 가정하에 약 900억 엔(약 9900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관중이 줄어들면 그만큼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위해 관중 입장을 많이 허용하면 감염 위험 또한 높아지므로 어느 한쪽에 우위를 두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도쿄도는 2013년 올림픽을 유치할 때 예상 비용을 7340억 엔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올림픽 1년 연기로 이미 2940억 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이외에 각종 경비 증가 등으로 전체 경비가 1조6440억 엔까지 늘어난 상태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올림픽 재원 대부분은 세금인데 개최 결정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도쿄도가 거액을 지출하는 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NHK 역시 “당국이 어떤 형태로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지에 관한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 정부·IOC “반드시 개최”… 취소 시 50조 손실 전망도
스가 정권과 IOC는 아직까지 개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취임 넉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지지율 급락에 시달리고 있는 스가 총리에겐 도쿄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메가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급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총리직에 재도전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자리를 이어받은 스가 총리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올해 9월 말까지만 총리직이 보장된 상태다.
스가 총리는 1일 신년사에서도 “세계 단결의 상징인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등) 문제가 남아 있지만 해결해가며 앞으로 나아가겠다. 주저하거나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 끝장”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도쿄 올림픽의 원활한 준비를 통해 3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차기 IOC 위원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IOC 역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올림픽 중계권료에 의지하고 있어 취소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이 올림픽을 포기하면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 또한 스가 정권의 올림픽 고수 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에 “올림픽이 대폭 축소된 형태로 치러지면 1조3898억 엔의 경제 손실이 예상되지만 올림픽이 취소되면 4조5151억 엔(약 50조 원)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주요 국가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정부도 2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해 상반기(1∼6월) 안에는 희망하는 국민 전원에 대해 접종을 끝낼 계획이다.
일본과 IOC의 바람대로 관중 있는 올림픽이 치러질 수 있을까. 아시안비치게임의 사례가 어느 정도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초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하이난섬 싼야에서 아시안비치게임을 열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4월로 연기됐고 지난해 12월 30일 재연기가 결정됐다.
만장일치로 재연기를 의결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들은 “전염병 대유행, 각 나라의 여행제한 조치, 보건정책 등을 이유로 재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시안비치게임 같은 작은 대회조차 감염 우려로 두 번이나 연기됐는데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지 우려하는 시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