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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거스르는 44세 ‘쿼터백 전설’ “최고가 팀을 가리나”

입력 | 2021-01-04 03:00:00

NFL 탬파베이서 첫시즌 톰 브레이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 쿼터백으로 손꼽히는 톰 브레이디(44·탬파베이)가 지난해 11월 24일 안방경기에서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NFL 역사상 43세를 넘어 출장 기록을 남긴 쿼터백은 브레이디 이외에도 5명이 더 있었지만 계속 주전으로 활약한 건 브레이디뿐이다. 탬파베이=AP 뉴시스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99순위로 지명을 받은 쿼터백이 있다. 그런 주제에 구단주를 찾아가 “나를 선택한 걸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로 만들어 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대개 이런 선수들은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전에 팀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지명되자마자 안방구장 옆에 집부터 샀다. 이미 팀에는 같은 포지션이 3명이나 있던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데뷔 시즌에는 딱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런데 2번째 시즌 2번째 게임 도중 주전 쿼터백이 앰뷸런스에 실려 나갈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다. 그 길로 경기장에 나선 이 쿼터백은 붙박이 선발 자리를 꿰차며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다. 그 뒤로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쓰면서 그는 정말 자신을 선택한 걸 구단주가 제일 잘한 일로 만들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고 비판을 받을 만한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고 쿼터백으로 꼽히는 톰 브레이디(44)다. 2000년 드래프트 때 전체 7라운드 가운데 6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아 NFL 생활을 시작한 브레이디는 뉴잉글랜드에서만 20년을 뛰면서 총 6차례 팀을 슈퍼볼 정상으로 이끌었고, 그중 네 번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브레이디는 NFL 역사상 슈퍼볼 MVP 타이틀을 가장 많이 차지한 선수다.

브레이디는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겼고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는 1라운드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를 계기로 뉴잉글랜드는 세대교체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브레이디와 재계약하는 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여전히 브레이디를 원하는 팬들의 바람도 소용이 없었다.

브레이디는 결국 정든 뉴잉글랜드를 떠나 탬파베이로 향했다. 탬파베이는 최근 9년 동안 한 시즌 16경기 가운데 평균 5.4경기밖에 이기지 못한 만년 하위권 팀. 브레이디는 탬파베이와 계약하면서 인센티브가 아니라 ‘팀원 전체 전화번호 제공’을 옵션으로 요구했다. 새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 둔 탬파베이는 10승 5패를 기록하면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한 브레이디는 4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브렛 파브(52)를 넘어 NFL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299경기)에 선발 출장한 쿼터백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반면 브레이디가 있는 동안 ‘해가 지지 않던’ 뉴잉글랜드는 같은 15경기에서 6승 9패에 그치며 17년 만에 처음으로 PS 진출에 실패했다.

브레이디는 NFL 무대에서 21년 동안 연봉으로만 2억5000만 달러(약 2720억 원)가 넘는 돈을 받았지만 집에서는 ‘수입 넘버 2’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002년부터 16년 연속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이라고 평가한 지젤 번천(41)이 아내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번천은 5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