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News1
국내 배터리 3사가 실적 성장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4분기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해야 했던 초기와 달리, 배터리 수요 증가에 속도가 붙으면서 앞으로 흑자 폭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4분기 23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2020년 3분기에 16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흑자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2020년 전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5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이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는 모회사인 LG화학의 최대 매출원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배터리 사업부가 기초소재 사업부보다 매출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이는 LG화학의 주업이 기초소재에서 배터리로 변경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전망이 밝다. 지난해 3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1400억~1500억원(추정)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증권업계는 4분기에 1900억~2100억원으로 확대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그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중대형 배터리(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포함) 사업이 4분기에 700억~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 증가 구간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SDI의 주력 사업이 스마트폰 등 소형 배터리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변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중대형 전지 부문이 흑자 전환하는 의미 있는 분기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공급 사이클 진입과 전력용 ESS 시장의 성장으로 중대형 전지의 전반적인 가동률 상승과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자 폭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공격적인 투자에 따라 2019년 4.7기가와트(Gwh)에서 2020년 28GWh, 2021년 41GWh, 2023년 85GWh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 10위권이던 글로벌 판매 규모가 2021년에는 4위권에 안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생산량과 영업이익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에 벌금을 무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도 친환경 공약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으로 유럽과 비슷한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전기차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이순학 한화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이 활발해지면서 전기차 침투율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배터리 업체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가장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장 확대 상황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도 꾸준히 투자해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말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3사는 이달 말 2020년 4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