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안철수, 단일화 끝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말 단일화를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이 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나 전 의원은 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고, 당연히 이뤄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안 후보가 출마하면서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2019년 12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동아일보와 마지막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18년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실패
나 전 의원의 언급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에 맞서 김문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사이에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당시 두 후보 측에선 물밑 접촉이 계속됐지만 파열음이 지속됐다. 양측은 서로에게 “결국 3등 후보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단일화 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결국 야권 표가 분산되면서 박원순 시장은 52.79%를 얻으면서 여유 있게 3선에 성공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후보가 23.34% 득표를 하는 것에 그쳐 참혹한 패배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도 19.55%에 그치면서 2011년 정치 입문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당 후보 만드는 게 대표 책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당 안 대표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게 내 책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싶다고 하면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으니까 일단 다 출마자로 보고, 우리가 정한 (경선) 룰에 의한 경선과정을 거쳐서 걸러내면 가장 좋은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20%, 일반 국민경선(여론조사) 80%가 반영되는 경선 방식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안 대표가 보수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우며 출마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경선 룰을 ‘100% 시민 경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야권이 경선 방식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