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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정인아 미안해’…“檢개혁보다 경찰개혁이 먼저”

입력 | 2021-01-04 14:03:00

“방조한 경찰의 책임도 크다”
“소아과 의사 주장대로 부모와 분리했더라면”




정치권에서도 양부모에게 잔혹한 학대를 당하다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를 애도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졌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관련 법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 회의에서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의 ‘정인이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최고위원 역시 “의심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신고 시 적극적‧선제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동학대 방지체계 표준을 만들고,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현장 목소리를 청취해 부족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인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법, 제도 정비는 물론 시스템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치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정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웃, 어린이집, 소아과에서 신고했지만 경찰은 안일한 태도를 보였고 아이는 죽음에 이르렀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인 김미애 비대위원 역시 “아동학대 사건은 그때만 잠깐 관심을 받고 무수한 대책이 쏟아졌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정인이를 둘러싼 국가보호체계가 왜 그렇게 무심히 작동했나. 우리는 제도만 믿고 사회적 방임하고 있지 않았나”라며 “양부모에겐 아동학대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분류돼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정인이를 학대한 양부모의 잘못도 크지만 막을 수 있었는데 방조한 경찰의 책임도 크다. 정부여당은 검찰개혁보다 경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하지 않나? 향후 국회는 이와 관련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국가는 왜 필요하고 정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9월에 소아과 의사의 주장대로 부모와 아동을 분리했더라면, 정인이는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치밀하지 못한 서울시 행정이 이 악을 방치하고 키워냈다. 서울시 책임이 정말 크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자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 제가 시정을 맡게 된다면 관련 담당 기관 및 전문가들과 협력하겠다.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예산을 집중 투입해 아이들을 지켜내고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찾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사망 당시 정인 양의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에 골절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부모는 지난해 5월과 6월, 9월 아동 학대를 의심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이와 양부모는 분리되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학대로 숨지고 말았다.

양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양부는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정인이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양부모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