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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고립 직면한 김정은, 8차 당 대회 통해 내놓을 타개책은…

입력 | 2021-01-04 18:14:00

北 “곧 열릴 것”이라고만 하고 당 대회 개최 시점 공개 안 해
경제난·대북제재·코로나19 3중고 김정은, 내부 주민·자원 총동원 “자력갱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월 초 개최할 것이라고만 밝힌 8차 노동당 대회가 구체적으로 언제 열리는지 공개하지 않은 채 노동신문 등을 통해 당 대회 분위기만 띄우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4일 “이르면 5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에서 온 당 대회 참석자들이 이미 지난달 23, 24일 평양에 도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당 대표증까지 받은 만큼 개최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 대회가 열리는 평양은 15일까지 출입이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5년 전인 2016년 7차 당 대회 때는 개최 9일 전 시작 일자를 공개했다. 이번에 당 대회 개최일을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통일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준비가 아직 덜 끝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자력갱생’ 통한 경제난 타개책 내놓을 듯
정부는 8차 당 대회도 7차 당 대회와 마찬가지로 3박 4일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차 당 대회 때는 개막 첫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회사와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 총화 보고를 직접 읽었다. 사업총화 보고와 토론은 둘째 날까지 이어지며 이때 김 위원장의 새로운 메시지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총화 보고 과정에서 자력갱생 기조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외부 기술과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자원과 노동력 기술을 동원하는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난과 대북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3중고로 고립돼 대외 무역을 통한 경제 발전이 어려운 만큼 대외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8년부터 북-미 협상을 통해 제재를 완화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협상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다. 올해 초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는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으나 코로나19로 중국, 러시아와의 무역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 통제까지 심해지면서 장마당에는 물건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등 주민들의 생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를 위해 외화 사용을 중단시키고 평양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지시까지 내리면서 주민들의 불만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올해 당 대회 개최를 예고하면서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추진한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소위 ‘정면돌파전 2.0’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능력과 자원, 기술로 난관을 극복하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행정부 향한 첫 메시지
올해 신년사를 생략한 김 위원장은 당 대회 2, 3일차에 사업총화를 통해 직접 핵·군사 노선과 대외 전략에 대한 입장도 밝힌다. 이때 20일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도 처음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중국 러시아와 무역도 급감한 만큼 김 위원장이 한국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는 상황 관리 차원에서라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처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더라도 무역이나 외부 지원 없이 장시간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이달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만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것이란 기존의 대화 조건을 재차 강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대남 대화 제의 등 전향적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대 성과로 과시하는 핵무기 전력에 대해선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하며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 독트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 폐막 날 진행되는 당 규약 개정 및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를 통해서는 김 위원장의 1인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당내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도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군 계급이 기존 원수에서 대원수로 격상되고,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백두혈통 남매에 의한 당 지배 체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대대적인 인적 교체를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호위할 친위세력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 강화 차원에서 세대교체와 당 기구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김정은 집권 10년간 김정일 시대의 엘리트들을 대부분 물갈이한 만큼 이번에는 박봉주 부위원장 등 남은 원로들의 교체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