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론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이 친문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제 민주당 긴급 최고위에서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두 전 대통령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정리한 뒤 어제 최고위에서는 사면과 관련한 언급이 사라졌다.
민주당 최고위가 두 전 대통령의 반성이 사면의 조건인 것처럼 내건 것은 가만있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두 전 대통령은 본인들이 사면을 요구한 적이 없다. 조건 충족이 안돼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선까지 사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장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은 바로 민주당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이 대표든 누구든 왈가불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 도움이 안 된다. 이 대표가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사면론을 제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 지도부조차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전에 무마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사면 결정 시 져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충정에서 사면을 거론했다고 말한 것은 단순히 코로나 위기의 극복만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정치보복을 피하기 위한 사활을 건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벌이는 민주적 경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내 강경파들의 편협하고 비합리적인 주장에 갇혀서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에 대해 떠밀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