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생활관에서 학생들이 대체 숙소로 가기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신지환 사회부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 대행인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3일 동안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1778명에게 서울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묻는 취지였다. 그 결과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방을 비워주기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답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이런 설문을 벌인 배경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8개 대학에 생활치료센터 협조 요청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 상황을 고려해) 기숙사 대신 교수회관 숙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실무적인 측면에서 막바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혹시나 하는 맘에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살 곳을 내줘야 하는 학생들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고려대 재학생 A 씨(23)는 “당장 살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학내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생들이 느끼는 불만은 단지 생활공간을 빼앗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며 20대 청년들도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업도 취업도 뭐 하나 원활하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2019년 같은 달보다 약 21만 명이 줄어들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안 그래도 심리적 박탈감이 큰데 살 곳마저 잃는다는 불안이 더 크게 느껴졌을 수 있다.
많은 학생이 반발하는 대목도 “학교가 제대로 된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전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공식적인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는 유감”이란 입장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학생들 역시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건 아니다. 다만 급할수록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을 제대로 밟았다면 이렇게 서로가 낯을 붉히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코로나19와 한파에 피멍이 들고 있는 건 젊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