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오안초 3명 작년 10월 감염 완치후 학교 오는 날 재학생 깜짝쇼… “고생 많았어” 플래카드 들고 선물 정은경 청장 “배려 모범사례” 소개
지난해 11월 강원 홍천군 오안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 판정을 받고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을 환영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내건 플래카드 앞에서 웃고 있다. 최고봉 씨 제공
지난해 11월 24일 아침 강원 홍천군 오안초등학교.
당시 학교 현관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와 그림이었지만 정성만은 가득했다. 그 근처에서 6학년 학생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바깥에서 호호 손을 불어가며 누군가를 기다렸다고 한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하고 돌아오는 후배들을 맞으러 나온 것이었다.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이 자그마한 학교는 지난해 10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재학생 3명이 한꺼번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남매간으로 경기 광주에서 손주들을 보러온 할머니에게 감염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직원과 학생 전원이 전수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확진된 가족에게 원망이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 실제로 완치된 아이들이 2주 격리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 다가오자 마을과 학교에선 다소 우려 섞인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한다. 오안초의 최고봉 교사(42)는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불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혹시나 다른 아이들이 철없이 삼남매를 놀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을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 6학년 학생들은 어른들과 교사들 몰래 ‘후배 맞이 대작전’을 준비했다. 9명이 며칠 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아이들이 다시 등교하는 날 아침 일찍 학교에 모였다. 미리 준비한 도화지 등에 ‘고생 많았어’ ‘앞으로 더 힘차게 생활하자’ 등의 응원 문구를 썼다. 아이들에게 주려고 환영 케이크와 간식 등 먹을 것도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혹시라도 고생한 후배들이 마음을 다칠까 봐 고민했다고 해요.”(최 교사)
친구들과 함께 플래카드 등을 준비했던 강보름 양(13)은 “‘조금이라도 불안한 티 내지 말자’고 서로 다짐하면서 깜짝 선물을 마련했다”면서 “이제 코로나19 확진은 옛날이야기 같다. (확진됐던) 아이들 역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잘 어울려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