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마지막으로 본 정인이의 모습은 축 늘어져 자포자기한 듯 체념한 느낌이었다.”
입양된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정인이를 진찰한 후 경찰에 직접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던 소아과 전문의 A 씨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총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A 씨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20일 전 마지막 신고를 했다.
이어 “그 때 두 달 만에 정인이를 본 상황이었는데 두 달 전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나게 영양상태나 정신상태가 정말 불량해보였고 진찰 소견상 어떤 급성 질환으로 인한 일시적 늘어짐이나 이런 게 아닌 걸로 판단됐다”며 “입안에 난 상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공개된 정인이 입양 전 후 모습.
A 씨는 “원장께서도 한두 달 안 보다가 그날 오랜만에 정인이를 봤다고 하셨다”며 “15개월짜리 아기들은 보통 가만 안 있는데, 정인이의 경우 잘 걷지도 못하고 원장님 품에 축 늘어져 안겨있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또 “그 이전 지난해 5월경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1차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 멍 자국에 대한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들과 아동보호기관 직원, 부모가 병원에 온 적이 있다. 같은 해 6월경엔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는 것 때문이었다. 쇄골 골절이 의심돼 엑스레이를 찍어서 확인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희 병원엔 엑스레이 촬영기기가 없어 다른 병원에 가서 바로 찍어 봐야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이후 7월경 예방접종을 위해 정인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접종 전 진찰 중 구강 내에 깊고 큰 상처가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세 번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설사 그게 조사 과정에서 법적인 뚜렷한 물증이 없었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아동학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99%라도 하더라도 사실일 가능성 1%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