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정부는 5일 기획재정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제3차 범부처 인구정책TF를 이달 말 경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만들어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고 이에 들인 예산만 해도 수 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없어 ‘백약이 무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취업난, 집값 상승에 따른 주택난 등으로 결혼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져 내년에는 출생자 대비 사망자 격차가 더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과거 저출산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인지 전 보건사회연구원장이면서 국민연금 권위자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그동안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베이비붐세대 자녀 세대의 인구층이 두터워 출생아수의 감소가 완충되었다 할 수 있다. 출산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출생아수 규모다. 출생아수가 사망자수보다 적어지면서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면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제일의 고령 국가가 된다. 2067년이 되면 노인인구비율이 46.5%가 돼 2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인구문제의 핵심은 절대적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신규 유입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베이비붐세대가 본격 노인인구로 직입해서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인구 구조의 변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인구는 감소하는 데 공무원은 늘고, 복지 지출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공무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이런 문제는 단기적인 정권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과제다. 공무원 증원, 공공부문 확대는 여기서 중단돼야한다. 이미 과잉투자된 분야에서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투자도 신중해야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임기 내 인기를 떠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인구 위기를 해결하는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적했다시피 절대적 인구 감소보다 일자리, 연금문제 등을 야기시킬 고령화 비율 즉 인구구조가 더 큰 문제다. 인구문제는 대중영합적 ‘돈 퍼붓는 식’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의 정책이 이를 말해준다. 차라리 현실적으로 고성장 인구 확장기에 맞춰진 국가 시스템을 저성장 인구 감축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인구 숫자가 늘고 주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시각에 바라봐야한다. 재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공적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에 대한 개혁을 필두로 개인·가계·기업 전반에 활력을 제고시키는 규제혁파를 통한 효율적인 국가로 체질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토면적 부존자원 식량자급도 등을 감안하면 인구 5000만 명은 너무 과중한 인구라 할 수 있다. 적정인구의 개념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4000만 명 정도라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절대적 인구수의 감소는 우리나라 인구가 적정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인구총량의 감소 자체는 인구위기라 볼 수 없다. 특히 일자리 부족문제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어떤 의미인가.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현상을 감안하면 인구감소에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문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유독 낮은 여성고용률, 50대 중고령층의 불완전 고용 상태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국가가 아니라 일자리 부족국가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이 있어 일자리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인구만 늘면 장기적으로 취업난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