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70억달러 인질로 잡고있어” ‘동결된 자금으로 백신 구입’ 논의 美도 승인했지만 이란측 결정못해 외교1차관 협상 위해 10일 이란行
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9797t)가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 IRIB가 공개한 현장 모습. 2021.01.05. (사진=IRIB 캡쳐) [서울=뉴시스]
한국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 케미호’를 나포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위해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6000억 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미-이란 갈등 속에 불거진 이번 나포 사건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비용을 한국에 원화로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재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으나 이란 측에서 송금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서 이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측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지원해왔으나 이란 강경파는 수출대금 규모에 비해 한국의 지원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인 5명 등 억류된 선박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0일 이란을 방문해 백신 비용 지불 문제를 협의하는 동시에 조만간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해 나포된 선박과 선원의 석방을 요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데 대해 “국가안보실이 유관 부처와 대응책을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지선·박효목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