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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입원 전 남편 반찬 챙겨라”…서울시 황당 매뉴얼

입력 | 2021-01-05 22:52:00


임신 35주차인 조모 씨(36·서울 서초구)는 최근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확인하던 중 황당한 내용을 발견했다. 임신 주기별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의 ‘입원 전 준비사항’에 만삭 임신부의 집안일을 권유하는 안내가 있어서다.

안내문에는 출산을 안둔 임신부를 대상으로 “오래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두라. 즉석카레 등 인스턴트 음식을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툰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어 “입원 기간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등을 준비해 두고 남은 생필품 양을 체크하라”는 내용도 있다. 임신 19주차에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하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걸레질을 할 때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면 스트레칭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임신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조 씨는 “35주차에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다. 집에 있더라도 잠을 자거나 숨쉬기도 힘이 드는데 이런 글을 보니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주부 최모 씨(33)는 “부인이 가사도우미도 아니고 성인 남성을 유아 취급하는 것도 황당하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출산을 위해 입원하는 걸 가사도우미가 휴가 가는 것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2019년 6월 당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이날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