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 연구’라는 논문을 제출한 이력이 있습니다. 연세대는 학위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논문 표절뿐만 아니라 역사 왜곡도 문제입니다. 설 씨는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그릇된 내용을 전달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하라”고 충고했습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설 씨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라며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며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TV 프로그램 출연과 유튜브 활동 등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설 씨가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방송 프로그램들은 존폐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던 프로그램 제목처럼 ‘선을 넘다가 벌거벗겨진’ 모양새가 됐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적합한 무대는 역사 강의보다는 허구와 상상력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역사 소설 쪽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번 사건은 설 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동안 설 씨의 강의에 대해 역사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자의적 해석이 지나치다’거나 ‘사실과 허구 사이를 겁 없이 넘나든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재미와 정보 전달을 충족시킬 적임자로 설 씨에게 매달렸습니다. 검증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설 씨의 입담과 스타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방송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비록 불명예 퇴진했지만 설 씨가 남긴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타고난 입담과 명쾌한 설명, 복잡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본받을 만합니다. 대중이 설 씨에게 열광한 것은 그의 전문성보다는 쇼맨십을 곁들인 탁월한 전달력 때문입니다. 그는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를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승화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과오를 바로 인정하고 물러난 설 씨의 용기가 돋보이는 건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