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탑훈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한국, ESS-원전 등서 빠르게 두각… 차세대 에너지 사업 주도권 호기 정부-기업 힘 합해야 시장 경쟁력… 한국 저력 덕분 WEC 리더십 유지 공익 추구가 최상의 수익 모델
최근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을 5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대성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인터뷰 시작에 앞서 대형 세계시계를 배경으로 촌각을 다투는 세계 에너지시장 경쟁 현황을 설명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금이 ‘팍스코리아나(한국 주도 세계질서)’를 여는 적기입니다. ‘팍스아메리카나’ ‘팍스브리타니카’만 있으란 법은 없지요.”
김 회장의 예언은 별로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근거와 세계 신조류를 훤히 꿰뚫으면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태양은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바람은 불 때가 있는가 하면 잠잠할 때도 있어 에너지 공급 예측이 불가능하죠. 학술적으로 간헐성(인터미턴스)의 한계를 안고 있지요. 그래서 대두된 것이 에너지를 많이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저장시스템(ESS)입니다. ESS로 일찍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한국입니다. 현재 LG화학, 삼성SDI 등이 세계 시장에서 강자로 통하죠.”
2019년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왼쪽)과 대화하는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오른쪽). 대성그룹 제공
“원전은 한국 러시아 중국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한국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품질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요. 미국, 유럽, 그리고 이들의 영향권 내 국가들에서 한국 원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 만큼 글로벌 경쟁을 할 때는 기업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김 회장의 주장이 무게를 가지는 것은 세계 90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직을 오래 맡아왔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2005년 아태지역 담당 부의장을 시작으로 공동회장, 회장, 그리고 현재 명예회장 직에 이르기까지 15년 넘게 WEC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보여준 사진들 속에는 그가 WEC 회장 자격으로 대통령도 만나기 힘들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 중국 정부 에너지총괄책임자 등과 나란히 대화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CEO로서 좌우명을 묻자 그는 자신의 명함을 봐달라고 했다. 김 회장 이름 위쪽으로 성경에서 유래한 영어 문구 ‘신뢰받는 명성이 부보다 더 값지다(A good name is more desirable than great riches)’라고 써 있었다. 그는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최상의 수익모델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