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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中의 對美 관세공격, 美유권자 선택에도 영향 미쳤다”

입력 | 2021-01-06 03:00:00

고려대-텔아비브대 공동연구
공화당 지지 높은 경합지역구… 中관세 부과된 산업 종사자 많아
美유권자들 “공화당-트럼프 책임”… 공화당 후보 득표율 줄어들어




2018년 중국은 미국에 총 6000여 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자 관세를 이용해 미국의 핵심 산업에 피해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미중 무역전쟁’이다. 이는 관세가 상대국 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해 사용됐다는 점에서 무역정치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관세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고려대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공동연구팀은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쳐 미국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혔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여러 지표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이 실제로 미국 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산업에 관세를 부과했는가. 둘째, 미중 무역전쟁 중 치러진 201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무역전쟁의 피해를 입은 지역의 공화당 득표율이 감소했는가. 셋째,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연구팀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 노동자 인구 비율을 카운티(미 행정구역 단위)별로 산출했다. 이어 2014년과 2016년 두 번의 하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의 평균 득표율로 측정한 ‘공화당 지지도’ 변수와 공화당 후보의 평균 득표율이 40∼60% 사이인 지역구를 ‘1’로 코딩한 ‘경합지역구’ 변수를 측정해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산업의 카운티별 종사자 수와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경합지역구 내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수록 카운티 내 중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산업의 종사자 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 내 산업의 관세를 전략적으로 겨냥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부과한 관세의 정치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2016년 대비 2018년 하원의원 선거에서의 카운티 단위 공화당 후보 득표율 변화와 해당 카운티 내 유권자 중 관세 부과 대상 산업 내 종사자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중국의 관세 부과 대상 산업 내 종사자 비율이 높을수록 2016년 대비 2018년 하원의원 선거의 공화당 후보 득표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관세 부과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을 야기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을 측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응답자가 종사하는 분야가 중국 관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산업일수록 ‘미중 무역전쟁이 거주 지역 및 본인과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또한 이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이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았다.

이 연구는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쳐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관세 부과 조치는 상대 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결과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가 상대국의 산업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호준 크라운랩스 컨설턴트 hjlee8687@gmail.com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