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정인아 미안해”… 반짝 관심·뒷북대책에 반복되는 아동학대

입력 | 2021-01-06 00:00:00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정인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2019년 6월에 태어난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입양된 이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지난해 10월 13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숨졌다. 양부모의 신원을 공개하고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사회 각계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계모가 9세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두고 폭행해 숨지게 했고, 5월에는 계부에게서 학대받던 9세 여자아이가 극적으로 탈출했다. 2019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3만45건으로 5년 전보다 3배가량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뒷북 대응만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양형기준 상향 등 대책을 주문했다. 정인이의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국회에는 이미 아동학대 범죄의 형량을 높이는 등의 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여론이 들끓자 비슷한 법안을 다시 내놓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정인이가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는데도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부모의 변명만 듣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인지 철저하게 밝혀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아동학대치사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15건을 분석한 결과 10건이 징역 10년 미만의 처벌을 받았다.

아동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만큼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수사와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대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학대 의심 사례 발생 시 즉각 피해 아동을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