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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억류된 우리 선박, 국제공조-총력외교로 빨리 구출하라

입력 | 2021-01-06 00:00:00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해 선원 20명이 승선한 화학물질운반선 한국케미호가 4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 측은 ‘반복적인 해양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었지만, 선사 측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외교부는 어제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 경위를 따졌다. 인근 해역에 있던 우리 해군 최영함이 급히 현장으로 이동했고, 미국도 즉각 억류 해제를 요구하며 본국으로 귀환하던 항공모함을 되돌리도록 했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 선박 나포가 “순전히 기술적이고 법적인 사안”이라고 했지만, 최근 미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서 발생한 만큼 그 의도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이란 제재에 동참해 9조 원가량의 원유대금을 동결시켰다. 이란 군부가 그런 한국을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사건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2주 남긴 시점에 벌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로의 복귀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란이 핵합의 한도를 벗어나 우라늄농축 농도를 높이겠다고 위협했고, 바이든 안보팀은 탄도미사일 문제를 추가해 재협상하자고 나서면서 신경전이 팽팽하다. 3일 이란에선 미국에 의해 암살된 군부실세 가셈 솔레이마니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대규모 반미시위도 벌어졌다.

바이든 시대의 출범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변화, 특히 중동 정세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핵합의 파기와 복원을 둘러싼 미-이란 갈등의 한복판에 발생한 나포 사건으로 한국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란이 계획적으로 나포 작전을 벌였다면 그런 미국과 동맹 간 이간도 노렸을 것이다. 자칫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국민 안전과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은 물론 동맹관계에도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는 미-이란 간 갈등에 끼어 표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도 서둘러 이란을 상대로 한 총력 외교전을 펴야 한다. 마침 동결된 원유대금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부 차관도 며칠 뒤 이란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란 제재 이탈이 테이블에 올라선 안 되지만 동결자금의 인도적 전환이 지렛대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가고 오는 두 행정부로부터 변함없는 동맹의 지원, 나아가 국제적 압박공조까지 끌어내는 것도 우리 외교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