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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Soju’ 야심…과일소주 앞세워 현지인 직접 공략

입력 | 2021-01-06 03:00:00

5년전 ‘소주 세계화’ 선언한 진로
각국 편의점-대형마트 집중 공략
롯데칠성-보해양조도 수출 적극
“지속적 구매 유도 전략 필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참이슬, 자몽에이슬, 자두에이슬 등 하이트진로의 주요 제품들 광고로 래핑한 시티투어버스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이 투어버스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벨라지오가든, 코스모폴리탄 등 주요 명소의 정류장을 돌며 24시간 운행된다. 하이트진로 제공

주류업계가 새해 소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수출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라면과 만두 등 ‘K푸드’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었던 만큼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주류인 소주가 약진할 기회라는 판단도 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테라, 진로의 지속 성장과 소주 세계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소주의 세계화’를 선언한 하이트진로는 2016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본격적으로 수출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이 2019년 5862만 달러(약 633억 원)로 2016년과 비교하면 33% 늘었다. 올해는 수출액이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소주 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다. ‘과일 소주’, ‘가정 시장 공략’, ‘온라인 마케팅’ 등이다. 과일 소주는 ‘과일 맛이 나는 맛있는 술’이라는 이미지로 현지인들이 보다 쉽게 소주를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중국에서 과일 소주 4종(자몽에이슬 등)의 매출은 2016∼2019년 4년간 연평균 98.6%씩 성장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과일 소주가 고급 주류로 대접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하이트진로 과일 소주는 1병에 1.25달러(약 1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 맥주가 0.5달러(600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넘게 비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일 소주를 연결고리 삼아 일반 소주 제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게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가정 공략은 하이트진로 수출 전략의 최종 목표다. 소주가 와인이나 맥주처럼 집에서 즐기는 술로 자리 잡으면 그 자체로 현지화 전략의 성공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각국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의 세븐일레븐 총 4600여 개 지점에 ‘딸기에이슬’을 신규 입점시킨 게 대표적이다.

다른 소주 업체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주력 상품은 역시 과일 소주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수출 전용 과일 소주 ‘순하리 애플망고’를 내놓았다. 호주와 태국 등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으로 딸기와 블루베리, 요구르트에 이은 순하리 수출 전용 시리즈에 포함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를 미국, 베트남, 호주 등 3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보해양조도 호주와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블루베리, 복숭아, 청사과 맛을 내는 ‘원샷’, ‘아라’ 소주 등을 수출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올해 소주 수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인 브랜 힐 씨가 만든 ‘토끼소주’가 뉴요커들 사이에서 한국 술 열풍을 일으키는 등 소주는 더 이상 해외에서도 낯설지 않은 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이미 ‘K테킬라’, ‘K보드카’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다”며 “단순한 호기심으로 소주를 접했던 소비자들을 지속적인 ‘소주 소비자’로 붙잡기 위한 전략이 필수”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