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까지 전국 최강 한파 왜? 찬공기 막아주던 ‘커튼’ 역할 약해져… 적도 저온 해수면 ‘라니냐’도 영향 전문가 “온난화 역설… 한파 잦아져”… 서해안-제주 지방 10일까지 폭설 바람 강해 체감온도 10도 낮아져
○ 한파·폭설·칼바람이 한꺼번에 온다
기상청은 5일 브리핑에서 “6일부터 12일까지 평년보다 강한 추위가 이어진다”며 “특히 7일부터 9일이 가장 추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6일 영하 11도, 7일 영하 14도를 거쳐 8일 영하 17도까지 떨어진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7도 이하로 내려간 날은 2000년 이후 6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례적인 추위다.
7일 새벽부터 바람도 강해진다. 8일까지 이틀간 해안가에는 초속 10∼16m의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초속 17m부터)에 못지않은 강도다.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초속 7∼13m의 강한 바람이 예보됐다. 강풍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10도 가까이 낮게 느껴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야외 선별진료소가 운영 중인데 보온 조치와 함께 화재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온난화가 만든 북극 한파
북극 상공에는 영하 50도 안팎의 찬 공기층이 있다. 주변에는 냉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제트기류가 회전하고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차가 클수록 제 속도를 유지하며 울타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북극 기온 상승으로 중위도와의 기온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느슨해졌다. 기상청은 “느슨해진 제트기류가 출렁이면서 북극 냉기가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로 내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 현상이 일어난 것도 한파의 위력을 강화시켰다. 통상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한반도 동쪽에 큰 저기압이 위치한다. 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바람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번에도 한반도 북동쪽에 있는 저기압이 북쪽 냉기를 한반도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철에 이례적인 한파가 찾아오는 것은 이상기후의 하나다. 지난해 환경부와 기상청이 전문가 연구를 분석해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최근 영하 12도 이하의 한파가 발생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국내 한파 일수는 2000∼2009년 연평균 4.6일이던 것이 2010∼2019년 5.3일로 늘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북극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한반도에도 장기적인 한파가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온난화의 역설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