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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 한미 공중훈련 처음으로 공개 안해

입력 | 2021-01-06 03:00:00

2015년 시작한 연합 타격-방어 훈련… 지난달 7일부터 닷새간 실시
3년전부터 규모 대폭 줄여 진행… 이번에도 美F-22 스텔스 등 불참
“훈련하고도 쉬쉬… 北눈치보기” 비판




한미 군 당국이 연합공중훈련을 지난해 12월 실시하고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에서 매년 12월 한미가 진행해 온 이 훈련의 실시 여부를 비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미국 행정부 교체 시기에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훈련을 하고도 쉬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공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미 연합공중훈련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이뤄졌다. 이번 훈련에는 F-15K, KF-16 등 우리 공군의 전투기 90여 대와 F-16 전투기 등 주한 미 공군기 60여 대가 참가했다. 통상 주일 미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는 미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전력은 이번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훈련 규모가 준 데는) 코로나19 여파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5년부터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이 훈련은 적 주요 표적 타격, 공중 침투 및 방어, 지상군 항공 지원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공중훈련이다. 특히 훈련 내용에 ‘공중임무명령서(Pre-ATO) 수행능력 검증’이 포함되는데, 이는 전시에 북한의 핵심 표적 수백 개를 한꺼번에 타격할 수 있도록 한미 전투기 각각에 임무를 부여하는 연합작전계획이다. 그간 북한은 이 훈련에 대해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반발해왔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B-1B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 전략자산이 대거 한반도로 전개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에는 B-1B 폭격기를 비롯해 한미 군용기 270여 대가 한반도 상공을 휘젓기도 했다.

하지만 군은 2018년부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이름도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으로 바꿨다. 그해 한미 군용기를 합쳐 100여 대로 훈련 규모를 확 줄인 군은 2019년에는 훈련을 아예 실시하지 않고 지난해로 연기했다.

현 정부에서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브리핑 등을 통해 알려온 훈련실시 여부를 이번엔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이 이달 중 8차 노동당 대회, 최고인민회의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둔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훈련을 비공개에 부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한미 군용기 140여 대가 2019년에 진행하지 못했던 훈련을 뒤늦게 실시했을 때도 군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공군은 “참가 전력, 기간 등 훈련 규모와 형태는 예년 수준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주적인 북한뿐 아니라 최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잠재적 위협까지 고려할 때 한미 연합훈련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