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이후 아파트 전세 뛰자
비교적 저렴한 빌라로 수요 몰려
빌라 전세 두달째 역대 최고 상승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빌라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올 3월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을 5% 인상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2년 전 결혼할 때 낸 전세 보증금은 2억3000만 원이었다. 재계약을 하려면 115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그는 “결혼 당시 아파트를 포기하고 빌라로 들어올 때만 해도 수요가 비교적 적은 빌라 특성상 보증금 인상 걱정이 덜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파트 전세난 여파가 빌라를 향하고 있다. 단기 급등한 아파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로 이동하면서 수요가 늘자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 상한선(5%)만큼 임대료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는 0.18% 올랐다. 이는 직전 월(0.18%)과 같은 수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월별 빌라 전세가 상승률은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0.03%를 넘긴 적이 없다.
전세가 상승세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 전후로 시작됐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지난해 5월에서 올해 2월로 미룬 황모 씨(32)는 신혼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3월 신혼집으로 염두에 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전용면적 47m² 빌라 전세금 시세는 원래 2억 원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2억 원대 중반으로 올랐다. 그는 “결혼이 미뤄지면서 같은 빌라에 수천만 원을 더 주고 들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예년만 해도 빌라 전세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상승 폭이 크지 않았는데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서민층이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