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그 ‘순자’가 한복을 입고 3일(현지 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17대 연방하원 개원식에 섰다. 순자, 곧 스트리클런드 의원(59)은 붉은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를 입고 취임 선서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무채색 정장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소수인종의 설움을 극복하고 워싱턴 터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이번에 미국의 첫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 3명 중 한 명이 됐다.
▷정치인의 패션은 강력한 메시지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늘 민속의상을 입었다. 유력 정치가문의 딸들이었지만 ‘남성들의 리그’에서 치열해야 했던 그들은 민속의상을 통해 남녀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한복을 택했다.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트위터에 썼다.
▷‘순자’는 일종의 ‘흙수저’였다. 그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끈 어머니의 인내와 강인함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의 당부대로 세상의 흙수저들에게 교육과 기회를 넓히는 일들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호흡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여성 참정권을 획득한 100년 만에 여성 부통령과 사상 최대의 여성 의회 당선인을 배출한 미국에서 한복 입은 순자 씨가 ‘열린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