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때 청사진 제시하고 검증받고
취임하면 중립성 훼손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야

정원수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를 지명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김 후보자와 가까운 한 목사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렸을 때부터 김 후보자를 잘 알고 지낸 이 목사는 김 후보자에 대해 “예수를 진짜로 잘 믿고, 직업을 소명으로 알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다음 날 문 대통령은 최종 후보군에 오른 2명 중 검사 출신을 배제하고 김 후보자를 선택했다.
김 후보자는 판사와 변호사, 특검 파견 수사관,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초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터라 김 후보자의 자질 등은 법조계에서도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김 후보자의 학창 시절 친구와 사법연수원 동기, 함께 일한 법조인, 그리고 김 후보자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김 후보자의 평판을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합리적인 보수 성향에 가깝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고집이 있다.’
‘옳다는 길은 죽어도 양보 안 한다’고 할 정도로 고집이 있다는 것도 주변의 일관된 평가다. 김 후보자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어록 중 하나인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올해 새해 인사로 건넨 것도 예사롭지 않다. 고집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측면에서 여권과 마찰을 빚은 법관 출신의 최재형 감사원장을 떠올리는 법조인도 있다고 한다. 여권이 공수처 조기 출범만을 지상 과제로 삼으면서 처장 후보자 추천과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여권이 후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김 후보자를 최근 만난 한 지인은 “공수처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세팅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소명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렇게 되려면 청와대, 검찰 등과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후보자의 법조 경력 25년 중 수사 경험은 1999년 10∼12월 ‘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특검’ 수사관 파견 2개월이 전부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70여 명을 이끌 리더십도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수처의 처음과 끝은 처장’이라고 할 정도로 처장은 인사와 수사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운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고, 검증받아야 한다. 취임한다면 공수처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