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허웅, 올스타전 팬투표 1, 2위 형제가 나란히 ‘별 중 별’ 2번씩 승부욕 닮았지만 스타일은 딴판 “아버지 밑에서 함께 우승했으면”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의 장남 허웅과 차남 허훈이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에서 형제로는 역대 처음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맞붙은 허웅(오른쪽)과 허훈. KBL 제공
“어떻게 아들 둘 다 농구를 그렇게 잘할 수 있어요? 자식 복도 타고나셨네요.”
허재 전 대표팀 감독(56)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인이나 팬들을 만나면서 이 말을 가장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농구 대통령’이라는 별명보다 ‘허웅과 허훈의 아버지’로 불려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허웅(28·DB), 허훈(26·KT)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으로 올스타 투표 1, 2위를 독식한 형제가 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이 5일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동생 허훈이 3만2642표로 1위를 차지했고, 형 허웅이 3만1421표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지만 ‘농구 명가’의 형제는 막상막하다. 성격도, 농구 스타일도 다른 데다 대놓고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 팬들로서는 보는 재미가 더하다.
슈터로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허웅은 성실한 자세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안정적인 농구가 돋보인다. 포인트가드인 허훈은 아버지의 화끈한 승부사 기질과 외향적인 성격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피 말리는 승부처를 자신의 ‘쇼 타임’으로 즐길 줄 아는 배포도 있다. 이런 동생의 스타일에 자극을 받았는지 요즘 허웅은 KT와 대결하기 전날엔 허훈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너를 눌러버리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엄포를 놓기도 한다.
둘의 스타일을 잘 아는 허 전 감독은 형제를 대할 때 소통 방식을 달리한다. 큰아들에게는 부드럽게 격려를 하는 반면 작은아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잘못된 플레이에 대해선 따끔하게 지적을 한다.
뿌듯한 자식들이지만 내심 아쉬운 점도 있다. “웅(186cm)이와 훈(180cm)이 키가 작은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는 허 전 감독은 “특히 웅이는 키가 더 컸다면 정말 어디서도 통하는 슈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의 키는 188cm다.
허 전 감독은 이제 ‘농구인’보다 ‘방송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팬들은 허 전 감독이 지도자로 컴백해 ‘농구 명가’ 삼부자가 함께 코트에 서는 모습도 기대하고 있다. 허훈은 “아버지와 같은 팀에서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