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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신한류에 맞춰 ‘국악 콘텐츠’ 키울 것”

입력 | 2021-01-06 03:00:00

임재원 국악원장 인터뷰
개원 70주년 공연 활성화 목표
“해외국악문화학교 설립 계획, 세계에 국악 지한파 많아지길”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에서 문을 연 국립국악원이 올해로 개원 70주년을 맞았다. 국악원은 전통 보존에 그치지 않고 ‘토요명품공연’ 등 명연을 올리는 콘서트홀의 기능을 하고,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창작 국악극 ‘꼭두’ 같은 새로운 시도로 전통예술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국악원 집무실에서 최근 만난 임재원 원장(63·사진)은 “사람으로 치면 칠순이 되도록 국악원이 국악을 건강하게 확산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악과 교수, 대금연구회 이사장을 지내다 2018년 19대 원장에 오른 그의 첫 직장도 이곳. 1982년 대금 연주단원으로 입단했다. ‘칠순’ 국악원의 오랜 자취만큼이나 미래 청사진에 대한 그의 기대도 크다.

“올해부터 4년간 매년 7억5000만 원을 들여 국악 전자사전을 제작합니다. 방탄소년단의 ‘IDOL’, 슈가의 ‘대취타’의 인기로 관련 검색이 느는 것을 보고 지금 세대의 감각에 맞는 사전의 필요성을 더 절감했죠.”

기존 종이 국악 사전의 한계를 넘어 ‘대취타’를 검색하면 악보, 음원, 영상까지 함께 볼 수 있도록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딕셔너리’를 만들겠다는 것. 2019년 첨단기술로 새 단장한 국악박물관(1995년 개관)에 지난해 국내 최초의 북한음악 전문 자료실을 둔 데 이어 기록 보관과 열람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는 또 하나의 작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동영상 플랫폼의 폭발로 국악은 더 이상 한국에 갇힌 콘텐츠가 아니다. 이날치, 악단광칠 같은 팀이 주목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에겐 국악이 멋진 ‘힙스터’ 문화로도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 임 원장은 “전통의 고유성, 한국적 독창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제적 보편성을 지닌 훌륭한 팀들이 많다. 창작자에게 국악이 무궁무진한 소재의 원천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필리핀 이탈리아 스웨덴 온두라스…. 세계 곳곳에서 국악 콘텐츠 요청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국악 경연 성격의 ‘해외 외국인 국악 동호인 한마당’도 신설할 계획이에요.”

국악원은 새해 한국 최고 명인·명장의 무대인 ‘케이 마에스트로(K-Maestro)’ 공연으로 전통의 극한값을 보여주는 한편 한류 스타와 협업한 ‘케이 락(K-樂)’ 무대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국악문화학교를 세종학당, 해외문화원과 연계해 설치하려 합니다. 인도에 가면 자연스레 시타르 소리가 들려오듯 국악의 생활화와 조기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이지요. 새해엔 세계에 문화 친한파, 국악 지한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