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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하구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퇴근 후에도 집에서 마음 편안히 휴식할 수 없었다. 밤 11시만 되면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때문이다. 이씨는 반복되는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여러 차례 위층에 올라가 주의를 줬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조심하겠다’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해져 근심에 쌓였다.
부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집에서 머무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이웃 간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1~11월 부산지역 층간소음 민원 접수 건수는 모두 2663건(전화상담 1958건, 현장진단 705건)으로, 2019년의 1797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16년에는 1516건, 2017년 1978건, 2018년 2117건으로 집계됐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주간 시간에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범 한국환경공단 주거환경관리부 주임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층간소음 민원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층간소음 민원 건수가 무려 2배나 증가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입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 A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쿵쿵거리며 뛰어다닌다는 민원이 가장 많이 늘었다”며 “최근에는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밤 9시 이후 영업 금지 조치로 인해 주간과 야간 구분 없이 층간소음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집콕족’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아파트 시공 설계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형근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시공할 때 층간소음을 고려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건축 기준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층간소음 문제에 놓인 당사자끼리 해결책을 찾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 아파트 관리 단체나 지자체의 층간소음 중재 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며 “그냥 걸어 다니는 것이 남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 이웃 간 층간소음 문제를 신고하거나 중재하는 기관으로는 국토교통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지역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다.
(부산=뉴스1)